"2016년 12월7일, 14일 시민교육위 다양성의 힘 워크숍이 2차 걸쳐 진행되었습니다.
이번 워크숍 후기는 시민교육위원 혜영이 정리해주셨습니다.
그 날 참석하지 않으셨지만 어떤 내용들이 오갔을지 궁금한 분들을 위해
참여해주신 분들이 정성스럽게 적어주신 후기로 그 날의 내용을 전하고자 합니다. "
올해 교육위는 ‘마을에서의 인권’을 고민하며
1년 동안 함께 몇 권의 책을 선정하여 읽고
토론 하고 워크숍을 경험하면서 우리 안의 다양성의 힘을 점검하였고
마을 곳곳의 고민을 경청해왔습니다.
서울시의 마을사업이 활성화 되고 있는 근래 은평의 마을활동
역시 다양한 활동들이 돋보입니다.
때문인지 은평은 ‘소통, 공감, 협동’과 같은 가치지향으로
서울시와 타 지역의 주목을 받으며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는 듯합니다.
마을활동에 애쓰는 활동가들과 그 활동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고 있는 주민들 덕분이겠지요.
아마도 이 성과를 많은 은평주민들은 자랑스러워 할 것이고
바로 이 지역에서 공동체 이상을 실현하기를 고대하고 있지 않을까 합니다.
그런데 긍정적인 평가 이면에서는 마을활동을
경험한 적지 않은 이들의 갈등의 목소리와
사업/성과 중심의 마을활동에서 나타나는 부정적인 현상으로 인해
걱정 어린 평가들이 들려오고 있기도 합니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이 목소리들은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어쩌면 친밀한 공간인 마을에서 이런 이야기는 드러낼 수 없는 것은 아닐까,
저희는 우려했습니다.
건강한 공동체라면 이유 있는 갈등과 고민이 드러나는 것에
두려움이 없어야 하는 것일 테니까요.
이런 현상을 목격하면서 교육위는 개인의 차원을 넘어서
마을과 함께 질문하고 싶었습니다.
마을은 안녕한지, 당신의 인권은 안녕한지.
그 첫 단계로 교육위는 마을에서 마을활동을 경험하고 있거나
경험했던 이들에게 질문을 받고자 했습니다.
온/오프라인 두 차례에 걸쳐 ‘질문하는 대나무숲’을 기획하여 익
명으로 마을을 향한 고민과 질문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저희가 받은 질문들은 하나같이 마을과 자신의 삶을 엮어내어 꺼내 놓은,
애정과 고심한 흔적이 짙은 질문들이었습니다.
교육위는 이 질문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바로 지금 마을과 함께 질문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질문이 질문으로 머무르지 않고 질문을 통해 함께 고민하고 ,
개개인의 다양성이 존중받으며 공존하는 건강한 마을을 바라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저희는 이렇게 모인 질문으로 마을에서 나타나고 있는 고충을
함께 이야기하고 모두의 생각을 모아볼 수 있는 자리를 갖고자
지난 12월 7일, 14일 두 차례에 걸쳐 강의+워크숍을 진행했습니다.
12월 7일은 비영리섹터의 실질적 변화를 돕는
공익프로젝트 컨설팅 전문회사인 ‘진저티 프로젝트’를 초대해
“왜 함께 일해야 하는가?”를 주제로 하여 강의+워크숍 형태로
세 시간 동안 진행되었습니다.
강사팀의 명성과 더불어 사전에 진행된 질문전시를 보시고
관심을 가지셨거나 같은 고민을 안고 있는 분,
활동가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자 하신 분들 등 많은 분들이
자리를 한가득 채워주셨습니다.
주제에서 알 수 있듯이 마을활동을 구성하는 각기 다른 세대의 특성을
그들의 역사적 배경과 경험을 통해 이해하며
다른 세대의 삶과 시대적 흐름을 읽기 위한 자세나
마음가짐을 생각해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아래는 그 날 참석하신 김혜연님이 보내주신 워크숍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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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연
(은평구 신사동 토박이, 은평구사회적경제허브센터 매니저 2년차)
‘좋은 게 좋은 것’
이 말이 싫다고 대놓고 말하게 된 건 ‘비영리’ 영역에 올인했을 때부터였다.
‘영리’의 막장 드라마보다 더 한, 살아남기 위한 영리한 짓들이 싫어 대안으로 발을 들였건만
이곳도 꽃길은 아니었다.
‘좋은 게 좋은 것’이라며 어물쩍 넘어가거나 봐주는 일들이 많았다.
요즘은 영리든 비영리든 이 기조로 가득하다.
나도 이에 물들었다. 약속과 양심 사이에서 숨이 턱 막힌다.
관계와 일, 이로운 엮임이라 생각한 것이 지나친 이상향일까 싶어 시들어가던 무렵에
이 워크숍을 소개받았다.
1차 워크숍 전부터 전시되었던 ‘질문하는 대나무 숲’ 전시 ⓒ은평시민회 교육위원회
워크숍 시작과 함께 은평시민회와 교육위 활동을 소개하는 교육위원장 지네 ⓒ은평시민회 교육위원회
‘멍울이 풀린다? 샤랄랄랄랄라’
유령 시민회 회원으로서 자리한 첫 워크숍, 낯가림 스킬이 발동하여 쭈뼛거리다 빈 모둠에 앉았다.
기대감보다 기시감이 좀 더 앞섰다.
예의바른 웃음, 따뜻한 말 나눔, 워크숍의 친구 포스트잇, 밝음으로 가득할 분위기가 눈앞에 펼쳐졌다.
역시, 그러하였다. 그러나 무언가 달랐다.
잔뜩 구겨진 채 어두운 이야기만 꺼내놓는 나를 향한 시선이 촉촉하니 반짝였고,
작은 에피소드 하나를 들려주는 목소리에 나의 귀가 쫑긋 세워졌다. 이야기만 나누었는데,
업무 이후에도 따라오는 피로가 한 꺼풀씩 벗겨졌다.
이게 무슨 일이지?
강의와 워크숍 구성된 진저티 프로젝트의 진행. 자리가 꽉 찼네요~ ⓒ은평시민회 교육위원회
한 걸음 떨어져서 전체를 살펴보는 ‘on the balcony'.
2016년 마을에서의 활동을 경험, 감정, 깨달음, 앞으로의 계획으로 나눠 적어보고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은평시민회 교육위원회
‘나이 들면 당연히 꼰대? 그게 아니었다.’
당신은 어느 세대에 속하시나요? 그리고 어떤 세대와 함께 일하고 있나요? ⓒ은평시민회 교육위원회
진저티 프로젝트의 진행 방식은 톡 쏘면서도 싱그러웠다.
워크숍을 준비한 팀은 대개 준비한 것을 풀어내는데 정신이 없는데, 진저티는 반대였다.
참여자들을 헤아리며 의견을 물으며 맞춤식 진행을 하였다. 그 여유로움 때문인지
어딘지 모르게 사르르 녹아내리는 느낌이었다.
특히 굳은 마음에 잘 날아든 건 ‘세대’에 대한 족집게 강의였다.
여기서 생각이 바뀐 게, 나이가 들면 꼰대가 되는 게 아니고 그 시대,
그 세대가 겪은 일과 그에 따른 성향에 주목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배려심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타인을, 다른 세대를 이해하려 하지 않은 좁은 편견이 이 답답함의 시작점이지는 않았을까?
부끄러움이 피어올랐다.
‘고개를 돌리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목이 굳어있지는 않았다’
3시간 내내 워크숍 진행자, 우연히 함께 앉은 모둠의 사람들과 나눈 감정과 이야기,
각 시대의 여러 기억들을 한 데 모으는 작업이 쉽지 않음에도 피곤함이 차오르지 않았다.
다만 테이블을 넘어 그 날 모인 여러 사람과 ‘지역에서, 공동체에서 함께 일한다는 것’에 대해
‘함께’ 생각하는 데까지는 미치치 않았다.
내가 속한 모둠에서는 개인을 중심으로 흘러나왔다.
동시에 다른 모둠을 깊게 바라볼 시간이 부족하였다.
고개를 돌리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목이 굳어있지는 않았다.
일을 하는 태도, 마음가짐을 뒤로 제쳐두고 쏟아지는 일에 묶여있는 나날에,
말랑말랑하고 뜨거운 이야기와 그것이 고팠던 사람들이 있음을 확인하였기 때문이다.
‘내일’이라는 이름을 내건 늙은 괴물의 입에 맥없이 빨려들어가던 것을
멈추고 싶다는 의지가 조금 생겼다.
세대별 이슈들을 각자 적어서 모아보았습니다 ⓒ은평시민회 교육위원회
세대가 섞여 함께 일하기 위한 고민의 자리. ⓒ은평시민회 교육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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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그 날 참여하셨던 많은 분들이 어쩌면 그 자리에 오기 전보다
더 답답함을 가져가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인권’이라는 거창하고 막연해 보이는 주제가
이 시간을 통해 얼마나 분명해진 것인지 판단하는것도 어려울지 모르겠습니다.
그건 빠르게 앞을 향해 달려오는 동안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했던 것들을
빠르게 한 동안 잊고 지냈거나 또한 마을이 놓쳤던 질문을
이제 막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세대를 이해하고 갈등을 넘어서는 문제는 전문가집단이
이해할 수 없는 마을만의 특수성이란 것이 있고
마을사람들만이 알고 해결할 수 있는 것이기에 결국 그 답은
우리가 찾아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렇기에 이 답답함이 막연하고 오랜 시간동안 답답함만으로
남아있지는 않을 것이란 기대가 있습니다.
자, 이제부터라도 나와 타인의 질문을 두려워하지 말고
마음껏 꺼내놓을 수 있도록 서로가 지지해줄 수 있기를,
그 답을 함께 찾아갈 수 있는 서로를 확인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모두를 위한 건강하고 다양한 마을을 상상할 수 있기를!
※2차 워크숍 후기가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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